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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형병원 일부 개별휴진…'정치'가 적극 역할해야
기사 작성일 : 2024-04-30 17:00:31

휴진 이유 밝히며 피케팅하는 의대 교수들


신현우 기자 =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이유를 알리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4.30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 교수들이 30일 일반 환자의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날 의료현장은 큰 혼란 없이 운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병원별로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한 경우가 나타났지만 휴진 참여 규모가 전반적으로 크진 않았다. 일단 우려했던 '의료 대란'이 빚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렇지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등 전국에 걸쳐 주요 대형병원들이 내달부터 주 1회 휴진을 결정한 상태다. 예단하기 쉽진 않지만 언제라도 대규모의 집단휴진 사태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두 달을 훌쩍 넘긴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빠져 있다. '갑자기 진료를 안 하면 어떡하지 싶고 늘 불안하다'는 환자와 가족의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한 의정 간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지속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대화의 장에 참여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데 좀처럼 대화가 이뤄질 기미는 없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주 출범했지만 의사단체들은 불참한 상태다. 의정 간 접점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고, 언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지 점칠 수조차 없다. 내달 1일 취임하는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의 입장은 강경 일변도다. 임 회장은 30일 "의대 증원이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을 모두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특위를 해체하라고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라면 의정 대화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열린 첫 양자회담을 통해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한 점에 주목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고, 이 대표도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공감대가 한낱 선언적 의미로만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시급히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의정 간에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치'가 적극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내년 의대 입학 정원 확정 절차가 임박해 있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30일까지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한다. 대화를 통한 일련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부족해 보인다. 진정한 의료 개혁 해법을 찾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과 고심을 멈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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