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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특검법 野 강행에 정국 또 급랭…협치서 다시 대치로
기사 작성일 : 2024-05-02 19:00:05

논쟁하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신준희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왼쪽)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24.5.2

홍지인 최평천 기자 =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고, 이에 반발한 여권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한때 화해 모드로 흐르는 듯했던 포스트 총선 정국이 다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에 이어 전날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한 여야의 극적 합의로 물꼬를 트는 듯했던 '협치 분위기'가 하루 만에 금이 가는 형국이다.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애초 처리 예상 안건에 올라 있지 않던 채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태원 특별법과 달리 여야가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이처럼 첨예하게 맞선 이유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한창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특검에 넘기는 데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여당과,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대형 사건인 만큼 독립적인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야당의 견해 차가 뚜렷하다.

게다가 이 사건의 '윗선'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윤 대통령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만큼, 여야가 한발씩 양보한 이태원 특별법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에서도 이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의 수용을 한 차례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비공개 대화에서 이 주제는 재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이미 뚜렷한 입장차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발언


홍해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9

거야(巨野)의 완력으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본회의 통과 직후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맹비난하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등장해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엄중 대응' 방침을 밝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8일 재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일반 법안보다 까다롭다.

113석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다.

그러나 22대 국회 역시 극단적인 여소야대 지형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하고, 이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도돌이표'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함께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수사 은폐·왜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밝히라는 강한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김 여사 특검법도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김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함께 굴러가는 '특검법 대치 정국'이 전개될 수 있다.

총선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에서 '반란표'가 나오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여야 관계뿐 아니라 당정 관계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특검법 찬성 응답률은 67%, 반대는 1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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