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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키워 구독자 늘리다 살인까지…도 넘은 유튜브 비방 문화
기사 작성일 : 2024-05-10 12:00:32

대낮 법원 앞에서 유튜버 살해한 용의자 검거


(부산= 박성제 기자 = 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 압송되고 있다.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남성이 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피해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40분여 만에 용의자 A씨를 경주에서 검거했다. 2024.5.9 [공동취재]

(부산= 박성제 기자 = 부산법원 앞에서 벌어진 유튜버 간 살인사건은 유튜브 생태계 내 도 넘은 비방 문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로에 대한 갈등으로 얻은 대중의 관심이 유튜버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살인이라는 참극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52분께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앞에서 50대 유튜버 A씨가 생중계 방송을 하고 있던 유튜버 B씨를 살해했다.

현재 A씨는 경찰에 "혼을 내주고 싶었을 뿐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흉기와 도주에 이용할 렌터카를 미리 준비한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계획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분쟁벌이던 유튜버 살해한 용의자 검거


(부산= 박성제 기자 = 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 압송되고 있다.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남성이 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피해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40분여 만에 용의자 A씨를 경주에서 검거했다. 2024.5.9 [공동취재]

이들의 갈등의 골은 3년 전부터 이어졌다.

당초 서로에 대해 비난하고 조롱한 것에서 시작한 다툼은 상대방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인물을 모욕하는 데까지 확산했다.

이들이 서로에 대해 경찰에 낸 고소장만 모두 200여건에 이른다.

급기야 지난 2월 경찰서에서 만난 A씨는 B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전날도 이 폭행 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A씨가 피고인으로, B씨가 피해자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부산 연제경찰서 전경


[부산경찰청 제공]

인터넷상에서 비방을 이어가던 이들이 실제로 만나 싸우고 살인까지 하게 된 데에는 도를 넘은 유튜브 비방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인다.

자극적인 영상을 게시할수록 조회 수와 구독자가 늘어나는 현재의 수익 구조가 갈등을 키워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서로에 대한 갈등으로 얻은 대중의 관심은 유튜버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재양산했다.

지지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생중계를 지켜보는 일련의 모습이 유튜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중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면서 자기 일을 수행하는 데 영향을 받는 이른바 '관중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9천여명, B씨는 4천6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다면 굳이 상대방을 이번처럼 강력하게 제압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 폭력을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외한 제삼자라고 불리는 일련의 무리로 인해 상황이 부추겨지는데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생태계에서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단순히 자긍심에 대한 손상에 그치지 않는다"며 "자신의 나약한 모습이 외부에 드러나 이것이 곧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갈등 상황이 부추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유사 갈등에 대해 사법당국이나 수사기관이 단순히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매몰되지 말고, 외국처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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