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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3번째 집단휴진…진료차질 없지만 환자들 불안 여전
기사 작성일 : 2024-05-10 12:00:29

세브란스병원 찾은 환자들


[촬영 이율립]

(전국종합=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1일 하루 동안 휴진을 선언했지만 10일 전국 의료 현장에선 앞선 집단 휴진 때와 마찬가지로 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주 1회 휴진 방침에 따라 지난달 30일, 이달 3일에 이어 이날도 전국적으로 휴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응급·중증·입원환자의 진료와 수술은 유지됐지만 장기화하는 의정갈등에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조모(72)씨는 "오늘 진료는 차질이 없었지만 전에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을 땐 갑자기 예정일보다 한 달 정도 시술이 밀렸다"며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의사들이 한발씩 물러서야 되지 않겠느냐"며 혀를 찼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외래 진료를 받으러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모(82)씨는 "의사들도 억울한 게 있다면 정부와 계속 소통하면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 행동은 환자를 무시하고 정부를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되는 행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시간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큰 혼란 없이 예정된 진료가 진행되는 모습이었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은 여전히 추후 진료에서 차질이 있을까 우려가 가득했다.

신장내과 진료를 기다리던 이현지(54)씨는 "안 그래도 요즘 교수님들이 사임하신다고 해 걱정이었는데 담당 교수님께서 계속 계셔서 제날짜에 왔다"면서도 "약을 딱 정해진 개월 수만큼 처방받다 보니 약이 떨어질 때쯤 되면 마음이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의사들이 안 계신다고 해서 교수님 면담을 해봐야 알 것 같다"며 "다음 예약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대기하는 환자들


[촬영 안정훈]

의료진 부족으로 협진 요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난감해하는 환자도 있었다.

환자 보호자 김모(62)씨는 "남편이 혈액암으로 1년 전쯤 골수 이식받고 계속 진료를 보는데 기침이 굉장히 심해 2주 전에 교수님이 협진 연결을 해줬는데 교수님이 없어서 진료를 못 봐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또 외래를 와서 협진 요청을 해줬는데 의사가 없어서 또 못 한다고 하더라"며 "만약에 잘못되면 누가 책임지느냐. 아무도 책임지지 않지 않겠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의 주요 병원도 큰 혼란은 없었지만 외래 진료 수를 줄이는 등의 조정이 있기도 했다.

지난달 5일부터 교수들이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개별적으로 휴진하고 있는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이날 외래 진료를 평소의 50% 수준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교수 200여명 가운데 60%가량은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병원 신장내과에서 만난 박노태(80)씨는 "교수들이 파업한다고 하길래 혹시 진료가 취소됐나 전화까지 하고 왔다"면서 "신장 수술을 하고 3년째 내원하고 있는데, 제 상태를 제일 잘 아는 교수님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찾은 환자들


[촬영 이율립]

지난달 30일 교수 휴진으로 외래 진료가 소폭 감소했던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날 예정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등은 큰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병원도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 매주 금요일 외래 자율 휴진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외래 휴진에 나선 교수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의 자율적 외래 진료 휴진일 이날 오전 외래 진료 현황을 파악한 결과, 신경과 2명 교수만 휴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신경과는 총 4명 교수가 외래 진료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절반인 2명이 휴진했다.

구체적인 휴진 사유는 학회 참석인지, 52시간 준수 차원 휴진인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2명 교수가 휴진하긴 하지만 집단 휴진은 아니고, 나머지 다른 진료과는 휴진 없이 정상적으로 외래진료 진행해 진료 차질은 없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김준호 박철홍 백나용 박정헌 윤관식 김솔 나보배 안정훈 이율립 장지현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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