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연합시론] '명품백' 사과 윤대통령, 소통 늘려 국정동력 삼아야
기사 작성일 : 2024-05-09 18:00:02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9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기자회견을 했다. '취임 100일 회견' 후 1년 9개월 만에 이뤄진 직접 소통의 자리로, 약 100분간 다양한 현안에 대한 문답이 오갔다.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뒤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와 대국민 담화로만 의견을 펼쳐 일방적 소통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로 비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관련 의혹에 대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 대신 여러 차례 "아쉽다"는 표현을 썼던 올 초 KBS 대담 때와는 태도가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또 총선 참패를 두고 "그간 국정 운영의 평가"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고 자책했고, 민생고에 대해서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동맹과의 안보 및 경제협력 강화를 비롯해 부동산시장 안정과 노동개혁 등 여러 성과를 강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치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긴 했지만, 거대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주장을 폈던 과거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윤 대통령의 스타일 변화를 느끼게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회견이었지만, 답변 내용을 놓고 보면 기대에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품가방 의혹에 대한 질문에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상세한 답변은 피했다.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내용도 적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선 검찰과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며 반대 뜻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 검찰이 자신을 표적 삼아 철저하게 수사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야권이 재추진하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이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며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사실상 시사했다. 총선 민의라는 국정 기조 변화에 대한 구체적 비전 제시도 부족했다는 느낌을 준다. 야권에 총리 추천 제안설까지 나오는 상황인데도 "개각이 필요하나 조급하게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최대 현안이라 할 의대 증원 갈등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명품가방 의혹 수사부터 채상병 수사 격노설까지 여러 정국 현안에 대한 언급이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같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기에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가타부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경위나 진솔한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국민 기대에는 못 미치는 일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며 소통 의지를 밝히며 협조를 호소했다. 타당하고 시의적절한 인식이지만, 국민 여론의 창인 언론과의 소통도 협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더 자주 회견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형식을 떠나 소통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점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을 펴지 않는다면 불통 이미지 해소는 물론 개혁과제 달성은 요원할 것이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호응을 얻고 지지율 상승과 국정동력 회복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