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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약자동행은 보수의 길…대통령 눈치보는 당 벗어나야"
기사 작성일 : 2024-05-03 22:00:02

인사말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동행 자치구 지원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26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기훈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위기에 빠진 보수의 이념과 노선을 '약자와의 동행'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며 낡은 보수의 시각에 매몰된 정부·여당에 일대 변화를 촉구했다.

차기 전당대회를 관리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권 경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선 '당원투표 100%'가 아닌 '국민여론 100%'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당의 독자성과 활력을 강조했다.

또 총선 참패 후에도 극심한 혼란 속에 개혁 시도마저 지지부진한 당이 살아나려면 '대통령 눈치를 보는 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당대표, 원내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고언했다.

오 시장은 이날 TV조선 유튜브 채널 '강펀치 라이브(LIVE)'에 출연해 크게 바뀐 정치 지형과 '대표 브랜드' 없는 보수정치 속에서 당이 도입해야 할 정체성으로 '약자 동행'을 내세우고 자신의 정치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우선 "정치하는 사람은 어렵고 힘든 이를 돕는 게 책무"라며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집권해야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분들(약자)을 잘 보듬는 것이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좌절하고 분노하며 사회의 급진적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보수정당을 지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나아가 "당의 강령에 약자와 동행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돼 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우리 당의 정체성"이라며 보수가 체화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끊임없이 정책을 통해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10 총선의 여당 참패 원인에 대해서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여당이 '운동권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 패착이 됐다며 '비전의 부재'를 패배 요인으로 분석했다.

오 시장은 "아무래도 우리가 2년 동안을 집권했으니까 정권심판론이 더 세 보인다"며 "(여당이) 스스로 민주당 프레임에 말려들어 간 것"이라며 진단했다.

또 "야당이야 집권 중반기에 당연히 정권 심판론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주장에는 여당이 비전과 미래로 승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짚으면서 "민생을 어떻게 보듬겠다는 확신을 드리면 제일 좋을 뻔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황우여 비대위'가 출범하며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 룰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데 대해선 "정당의 비전과 이념을 선거로써 달성하는데, 선거에서 이겨야 그걸 실천할 수 있다. 선거에서 이겨주는 사람이 그 당에서는 제일 좋은 장수고 효자"라고 운을 뗐다.


인사말 하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년 서울시민상' 시상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3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표를 주실 분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표로 뽑고 후보로 뽑아야 한다"며 "100% 일반 여론조사로 뽑으면 그게 제일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답했다.

이어 오 시장은 "간발의 차이로 진 선거구들이 많다. 결정적으로 패착이 대통령께 직언하는 당이 아니었다"며 "이제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표, 원내대표가 등장하는 것이 우리 당을 이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에 대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 제가 사이다 발언하는 거 보셨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시장과 같은 공직에 취임하면 그때부터 정치는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여러분이 바라는 대로의 시장직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드문 수도권 대표 정치인이자 중도 지지층에도 통한다는 특장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오 시장은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으로 '팬덤'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에는 '약자동행'을 기치로 '따뜻한 보수'를 강조하며 보수 개혁과 중도 끌어안기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왔다.

다만 그는 "제가 시장이기도 하지만 당 중진 중 한 명인데 선거에 참패하고 모두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 오불관언(상관하지 않고 모르는 체한다는 한자성어) 한마디도 안 하는 건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며 이날 당을 향한 '사이다성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여기까지다. 다음 주부터 또 일로 돌아간다"며 "지지율 0.1%도 나오지 않아도 다시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중진이자 '잠룡'으로 통하는 오 시장은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왔으나 최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보수의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몸을 푸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일단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또 차기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저는 정말 서울에 미쳐 있다"며 "최우선 순위는 서울"이라고 답했다.

정치권 현안 중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지원금 25만원에 대해선 "절대 반대"라며 "부자와 어려운 사람에게 같은 액수를 나눠주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 구조라면 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시장은 고향에 대해 당 안팎에 잘못 소문이 나 있다면서 고향은 '서울 성수동'이며 부친부터 13대조까지 대대손손 살아온 서울 토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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