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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트럼프 2기 통상정책 '키맨' 라이트하이저 만나
기사 작성일 : 2024-05-01 10:01:00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


(팜비치[美플로리다주]=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진두지휘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USTR) 대표를 만나고 있다. 2024.4.30 [김현종 전 본부장 엑스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이끌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트럼프 측근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를 설계한 인물로 지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경제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에서 재무부 장관 등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3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를 만났다. 중국 등에 관세 부과,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멕시코산 전기차 등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트하이저는) '76세인데 디테일을 어떻게 아느냐' 질문에 '매일 공부한다'고 한다. 역시 글래디에이터는 매일 칼을 갈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통상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며 라이트하이저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했으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미 정상, '한미FTA 정상 공동성명' 서명


2018년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서명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한미 정상들 옆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오른쪽)가 서 있다. [ 자료사진]

김 전 본부장은 통상 수장으로서 미국과 협상을 총괄했고, 라이트하이저가 그의 상대였다.

협상은 치열하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친분을 쌓아 지금까지도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트하이저는 작년에 발간한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에서 한국과 협상 일화를 소개하면서 김 전 본부장에 대해 "난 그가 마음에 들었다"(I liked him)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라이트하이저는 김 전 본부장에 대해 "그는 보통 방에 있는 누구보다 미국 스포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며 "그의 이미지(persona)를 미국인으로 표현하자면 뉴요커(New Yorker)였다"고 회고했다.

김 전 본부장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생활을 해 미국 문화가 매우 익숙하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한 대화로 협상 상대와 친분을 쌓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지난 25일에는 뉴욕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을 만나 한미 경제협력과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엑스에서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래리 커들로와 식사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에 관세 등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트럼프 측근들과 인연이 있는 한국 측 인사들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과도 친분이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으로서 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유 전 본부장의 실력을 인정, 협상 중 농담으로 유 실장에게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했다가 표 대결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에게 밀려 승복을 고민했을 때도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지지를 약속하며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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