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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2차 가해에 침묵한 野, 언제까지 내로남불 굴레에 갇혀 살 텐가
기사 작성일 : 2024-03-22 15:00:05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표가 류삼영, 조수진(왼쪽 첫번째)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총선후보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공천을 따냈던 조수진 변호사가 성범죄자 변호 이력으로 불거진 자격 시비 끝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22일 새벽 SNS에 올린 사퇴 글에서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에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 마치 변호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국민정서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여론은 조 변호사가 다수의 성범죄자를 변호한 사실 자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성범죄자 변호 활동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가 초점이다. 그는 성폭행을 당하고 성병에 걸린 아동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 아버지를 가해자로 의심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낸 사실을 블로그에 홍보하는가 하면 '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해도 실제로는 성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을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성범죄 재판 대응 노하우 등도 소개했다. 변호사가 피고인을 위해 주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2차 가해와 같은 넘어서는 안 될 금도가 있다. 그런데도 조 변호사는 "직업윤리에 근거한 것"이라며 논란이 된 변론 활동을 옹호했고, 사퇴하면서 '당에 대한 공격'을 운운했다. 민의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표를 호소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태도가 아니다.

조 변호사가 논란이 불거진 후 사퇴하기까지는 사흘이 걸렸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여성 단체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공천 철회 요구가 이어졌지만, 이재명 대표는 지난 21일 조 변호사 관련 질문에 "국민의힘에는 별 해괴한 후보들이 많다"고 주장하며 논점을 비껴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당시 2차 가해 논란에도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일컫던 그 모습에서 바뀐 게 없다. '도덕성은 진보가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관념 또는 '우리 편이라면 괜찮다'는 진영논리의 발로라면 달라진 세상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처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그간 약세 지역에서도 국민의힘과 호각세를 보이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범야권에서는 "200석도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민주당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조 변호사의 총선후보 등록을 강행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민주당이 조 변호사 파동이 자진 사퇴로 마무리됐다고 판단한다면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었다. 자성하는 태도 대신 진보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여성의 권리 신장을 외치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내로남불의 굴레를 벗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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